
"공부를 잘하면 학교생활도 잘할까요?"
"배려의 중요성을 아는 학생은 실제로 친구를 배려할 수 있을까요?"
학업 성취는 학생의 성장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험 성적만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어려움을 해결하는 능력까지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사회정서학습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조절, 공감, 협력과 같은 역량을 학생의 학습과 삶을 함께 지원하는 중요한 능력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사회정서학습은 어떻게 시작됐고, 세계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을까요?
등장 배경부터 정책과 실천 방법까지 다섯 가지 주제로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 사회정서학습의 개념과 등장 배경
- 왜 지금 사회정서학습인가? 연구가 보여 주는 의미
- 세계와 우리나라의 정책: 학교 차원의 체계적 지원
- 인성교육과의 연결, 효과적인 지도를 위한 SAFE 원리
-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실천과 공동체를 위한 교육 방향
1. 사회정서학습의 개념과 등장 배경
사회정서학습은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의 약자로, SEL이라고 부릅니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감정을 관리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를 배우고 활용하는 과정입니다.
CASEL은 이를 자기인식,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라는 다섯 가지 역량으로 설명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피며,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는 능력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는 제임스 코머의 학교발달프로그램입니다. 코머와 예일대학교 연구진은 1968년 미국 뉴헤이븐의 두 초등학교에서 학생의 발달과 학습을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접근은 학업의 어려움을 학생의 노력이나 지적 능력만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정서와 관계, 성장 환경을 함께 살피고, 교직원, 가정, 지역사회가 협력하도록 했습니다.
참여 학교에서는 학업과 출석, 행동의 개선이 보고됐습니다.
이후 티머시 슈라이버, 로저 와이스버그, 모리스 일라이어스 등의 연구와 실천은 예방적 접근과 학교 차원의 지원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학생에게 필요한 사회정서 기술을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1994년에는 CASEL이 설립됐고, '사회정서학습'이라는 명칭이 자리 잡았습니다.
CASEL의 정식 명칭은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입니다.
공동창립자인 대니얼 골먼의 1995년 저서 Emotional Intelligence는 베스트셀러가 되며 정서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넓혔습니다. 사회정서학습과 정서지능은 관련성이 있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2. 왜 지금 사회정서학습인가? 연구가 보여 주는 의미
학생은 친구와의 갈등, 발표에 대한 긴장, 학업 부담, 실패에 대한 실망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다시 시도하는 능력은 학습 참여와도 연결됩니다.
학업과 사회정서 발달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근거가 꾸준히 축적돼 온 것입니다.
대표적인 연구는 덜락 등의 2011년 메타분석입니다.
연구진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270,034명의 학생이 참여한 213개 연구를 종합했습니다.
분석 결과, 사회정서학습 참여 학생들은 비교집단보다 사회정서 기술과 태도,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 학업 수행에서 개선을 보였고, 문제행동과 정서적 고통은 감소했습니다.
학업 성취에서는 평균적으로 백분위 11포인트의 차이에 해당하는 효과가 보고됐습니다. 이는 시험 점수가 일률적으로 11점 오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OECD의 사회정서역량 조사(SSES)도 관련 근거를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가 2019년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전국 모든 학생을 대표하는 조사로 확대해 해석하기보다는 참여 지역과 조사 대상을 구분해서 살펴야 합니다.
OECD 자료에서는 여러 사회정서 역량이 높은 학업 성취, 낮은 지각·결석과 관련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다만 이러한 관련성이 곧바로 단순한 인과관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학생의 가정환경과 학교 경험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사회정서학습은 학생을 ‘역량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로 구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학생에게 어떤 경험과 지원이 필요한지 살피고,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3. 세계와 우리나라의 정책: 학교 차원의 체계적 지원
사회정서학습은 개별 교사의 활동을 넘어 교육과정, 성취기준, 교사 연수와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산돼 왔습니다.
미국 CASEL의 공개 안내에서는 일리노이주를 포함한 27개 주가 초, 중등 단계의 SEL 역량 기준을 채택한 것으로 소개합니다. 다만 기준 채택이 모든 학교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뜻은 아닙니다.
OECD는 2023년 "Schools as hubs for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Are schools and teachers ready?"를 발간했습니다.
학교가 사회정서학습의 중심 공간이 되려면 교사의 학습 기회, 학교의 지원, 관계 형성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룹니다. 회원국에 시행을 강제하는 문서보다는 정책과 실천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자료로 볼 수 있습니다.
UNESCO 역시 사회정서학습을 평화, 포용,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결합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살피고 갈등을 해결하는 역량은 세계시민교육과 공동체 생활의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국가와 지역마다 추진 방식은 다릅니다.
[국가,지역관련 교육과정,정책의 특징]
| 유럽연합 | LifeComp를 통해 개인·사회·학습 역량의 공통 틀 제시 |
| 호주 | 국가교육과정의 ‘개인 및 사회적 역량’을 교과 학습과 연결 |
| 뉴질랜드 | 자기관리, 타인과 관계 맺기 등 핵심 역량과 SEL 자료 연계 |
| 싱가포르 | 인성·시민교육에서 가치와 사회정서 역량을 함께 지도 |
이는 각국이 똑같은 SEL 수업을 도입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련 역량을 공교육 안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제3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6~2030)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인성교육과 사회정서학습을 연결할 때에는 가치의 의미와 실제 행동을 함께 다루는 방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교사의 지원도 중요합니다. 학생의 정서를 지원하는 역할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기기보다 연수, 협력 시간, 상담 연계와 업무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교사의 회복력과 소진 예방도 학교 차원의 지원 과제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4. 인성교육과의 연결, 효과적인 지도를 위한 SAFE 원리
인성교육과 사회정서학습은 배려, 책임, 존중, 공동체 생활이라는 공통된 관심을 갖습니다.
덕목을 설명하는 데 머무는 교육과 비교하면, 사회정서학습은 그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기술을 명시적으로 가르치고 연습하는 데 특징이 있습니다. 현대 인성교육에도 실천과 경험이 포함되므로 둘을 대립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도덕적, 시민적, 지적, 실천적 인성이라는 틀로 살펴본다면,
도덕적 인성은 옳고 그름과 배려, 시민적 인성은 공동체 참여와 책임, 지적 인성은 열린 사고와 탐구, 실천적 인성은 자기조절과 꾸준한 실행에 연결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CSED는 인성과 사회정서 발달을 연결하는 접근입니다. 이를 미국 전체에 일괄 적용되는 국가 성취기준으로 이해하거나, 위 프로그램들이 모두 동일한 기준에 기반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프로그램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지도 방식입니다. 이를 점검하는 기준이 SAFE 원리입니다.
| Sequenced: 계열성 | 연결된 단계로 배우고 심화하기 | 감정 인식 → 조절 → 대화 → 갈등 해결 |
| Active: 능동적 학습 | 직접 사용하고 연습하기 | 역할극, 상황 토론, 실제 대화 |
| Focused: 집중성 | 충분한 시간과 관심 두기 | 기술 연습과 피드백 시간 확보 |
| Explicit: 명시성 | 목표 기술을 분명히 제시하기 | “상대 의견을 요약한 뒤 말하기” 안내 |
CASEL은 이러한 요소를 효과적인 SEL 지도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활동을 했는데도 변화가 부족하다면 목표가 분명했는지, 직접 연습했는지, 활동이 단계적으로 연결됐는지 살펴야 합니다. 매년 같은 기술을 반복하더라도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게 상황과 판단의 깊이를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5.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실천과 공동체를 위한 교육 방향
사회정서 역량은 한 번의 수업으로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교실에서 배운 표현을 생활지도와 가정, 지역사회 활동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과 요청을 구분해 표현하기'를 배웠다면 모둠 활동의 역할 분담, 친구와의 갈등, 가정의 대화에서도 연습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기술을 사용했을 때 어떤 점이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피드백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과학 수업 역시 좋은 실천 공간입니다. 예상과 다른 실험 결과를 받았을 때 감정을 조절하고, 서로 다른 해석을 경청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네 해석은 틀렸어"라는 반응을 "나는 이 자료를 근거로 다르게 해석했어"라는 표현으로 바꾸는 연습은 과학적 토론과 관계 기술을 함께 기르는 예시입니다. 실험 후에는 자료를 분석한 과정과 함께 모둠의 의견 차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함께 다뤄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배운 역량을 누구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가?"
타인의 감정을 잘 읽거나 설득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 능력을 언제나 공동체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에서는 기술과 함께 존중, 공정성, 책임이라는 판단 기준을 다뤄야 합니다.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면서 타인의 권리도 살피고, 개인의 목표를 이루면서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당한 상황을 참도록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사회정서학습이 나아갈 방향은 자신을 돌보고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 힘을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기회를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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