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말을 걸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미 친한 친구끼리 모여 있는데, 제가 끼어들어도 될까요?"
학생에게 친구를 사귀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말을 걸 상대를 고르고, 적절한 순간을 찾고, 대화를 이어 가고, 상대의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어른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도 어떤 학생에게는 하나하나 어려운 과제가 됩니다.
이런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 봐",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장과 부담을 조절한 연습 기회입니다.
사회정서 학습에서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을 중요한 배움으로 다룹니다. 여기에는 분명하게 말하기,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함께 활동하기,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기 등이 포함됩니다. 친구 관계도 타고난 성격에만 맡겨 두기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다만 친구를 많이 사귀거나 활발하게 행동하는 것이 모든 학생의 목표일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 자신이 원하는 관계가 무엇인지 먼저 듣고, 편안하게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1. 혼자 있는 모습보다, 학생이 관계를 어떻게 느끼는지 먼저 살펴보기
쉬는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학생을 보면 친구가 없어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혼자 쉬는 시간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친구와 함께 있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자 있다는 사실과 관계의 어려움을 같은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이 현재의 관계를 편안하게 느끼는지, 가까워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어떤 순간이 특히 어려운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교사는 조용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혼자 있는 게 편해, 아니면 같이 지내고 싶은데 어려운 때가 있어?"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어떤 거야?"
이렇게 물으면 학생이 원하는 도움의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학생과, 모둠에 들어가도 역할을 받지 못하는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유도 하나로 단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심사가 맞는 상대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전에 거절당한 경험이 신경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반복적인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면 학생의 대화 기술만 연습시키는 접근으로는 부족합니다.
관계 맺기의 출발점은 성격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연결과 현재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입니다.
2. 친구에게 처음 다가갈 때는 짧고 대답하기 쉬운 말부터
처음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길게 하려고 하면 부담이 커집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보고 듣는 일을 소재로 짧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수업, 준비물, 동아리, 책이나 취미처럼 공통의 상황이 있으면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쉽습니다.
| 상황 | 시작할 수 있는 말 | 함께 연습할 행동 |
| 옆자리에 앉고 싶을 때 | 여기 앉아도 괜찮아? |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기 |
| 수업 내용을 이야기할 때 | 아까 실험에서 어떤 게 제일 신기했어? | 답을 듣고 관련된 이야기 이어 가기 |
| 공통 관심사를 발견했을 때 | 나도 그 책 봤어. 너는 어떤 부분이 좋았어? | 자신의 관심도 짧게 나누기 |
| 이동할 때 | 나도 도서관 가는데, 같이 갈래? | 거절해도 괜찮은 제안으로 말하기 |
| 활동에 참여하고 싶을 때 | 지금 같이해도 돼?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 활동의 흐름과 역할 확인하기 |
대화 소재를 찾기 위해 상대의 물건이나 화면을 허락 없이 살펴볼 필요는 없습니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취미나 함께 경험한 일을 활용하면 됩니다.
말을 건 뒤에는 잠시 기다리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상대가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질문을 여러 개 덧붙이면 서로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표정 하나만으로 마음을 단정하기보다 필요하면 "지금 이야기하기 괜찮아?"라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대화가 짧게 끝나도 괜찮습니다. 한 번 말을 나눴다는 경험이 다음 인사의 연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대화를 오래 해야 한다" 보다 "궁금한 것 하나를 물어본다"처럼 작은 목표가 시작하기에 수월합니다.
여러 명이 모여 있는 상황이 특히 어렵다면 처음부터 그 무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활동을 하는 한 사람과 짧게 이야기하거나, 교사가 구성한 짝 활동에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3. 대화를 이어 가는 방법은 '듣기,짧게 나누기,다시 묻기'
친구에게 말을 걸었는데 대화가 금방 끊기면 “나는 말을 못 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는 한 사람이 혼자 완성하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 듣고 반응하면서 함께 만들어 갑니다.
연습할 때는 상대의 답을 듣고,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짧게 나눈 뒤, 필요한 질문을 하나 더 하는 흐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주말에 농구했어"라고 말했다면 이렇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농구했구나. 나는 아직 슛이 잘 안 들어가더라. 너는 친구들이랑 한 거야?"
자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질문만 계속하면 면접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의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경험을 길게 말하면 대화의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짧게 주고받으며 서로 이야기할 여지를 남기는 연습이 좋습니다.
듣고 있다는 표현도 학생에게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라고 말하거나, 들은 내용을 짧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을 계속 맞추거나 정해진 표정을 지어야만 잘 듣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할 수 있는 표현
| 대화에서 필요한 순간 | 사용할 수 있는 표현 |
| 더 듣고 싶을 때 |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
|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할 때 | 네 말은 역할이 갑자기 바뀌어서 당황했다는 거지? |
| 생각이 다를 때 | 나는 조금 다르게 봤어. 내 생각도 말해도 될까? |
| 잘 모르는 주제가 나왔을 때 | 나는 그건 잘 몰라. 어떤 건지 알려줄래? |
| 대화를 마칠 때 | 이제 수업 준비해야겠다.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
친구의 이야기에 반응한다고 모든 의견에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말하면서도 상대를 무시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어떤 행동이 도움이 되었는지 덧붙이면 좋습니다. "고마워"에 "아까 역할을 설명해 줘서 활동에 들어가기 쉬웠어"를 더하면 상대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친밀함을 얻기 위해 과자나 선물을 계속 제공하거나, 하기 싫은 부탁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관계에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합니다.
4. 관계 맺기가 어려운 학생은 작은 시도를 선택하고 돌아보기
혼자 관계를 시작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한꺼번에 많은 과제를 주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먼저 인사하고, 질문하고, 점심도 같이 먹으라는 계획은 겉보기에는 간단해도 학생에게는 큰 도전일 수 있습니다.
학생과 함께 현재 가능한 행동 하나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아래 단계는 누구나 순서대로 통과해야 하는 기준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예시입니다.
| 시도의 크기 | 실천 예시 | 돌아볼 질문 |
| 짧은 접촉 | 익숙한 친구에게 인사하기 | 어느 순간이 조금 편했나? |
| 한 번의 대화 | 공통의 수업에 관해 질문하기 | 어떤 말로 시작했나? |
| 짧은 공동 활동 | 준비물 정리나 짝 과제 함께하기 | 함께하니 수월했던 점은 무엇인가? |
| 다음 만남 제안 | 쉬는 시간에 같이 이동하자고 말하기 | 서로 선택할 수 있는 제안이었나? |
실제 상황에 들어가기 전에 교사나 보호자와 짧게 역할 연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이 자신에게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고르게 하고, 상대가 반갑게 답하는 경우와 지금은 어렵다고 답하는 경우를 모두 연습합니다.
예를 들어 "같이 갈래?"라는 말에 친구가 "오늘은 다른 친구랑 가기로 했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알겠어. 다음에 기회 되면 같이 가자”라고 마무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거절이 학생의 가치나 앞으로의 모든 관계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동시에 상대의 뜻을 존중하며 물러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응을 바꾸기 위해 같은 제안을 반복하거나 따라다니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시도한 뒤에는 성공과 실패만 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가 생겼어?"보다 "말을 걸기 전과 후에 어땠어?",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바꾸면 좋겠어?"라고 물으면 과정에서 배운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전부 설명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움을 주는 어른은 대화 내용을 자세히 보고받기보다, 필요한 지원과 다음 시도를 함께 정하는 정도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5. 교우관계는 학생 혼자 노력하는 과제가 아닙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학생에게 방법을 알려 주는 것과 함께, 관계가 시작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학생이 먼저 다가가도 활동에 참여할 자리가 없거나 매번 같은 학생끼리만 모인다면 개인의 시도만으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교사가 학급의 친구 관계와 고립,피해 상황을 살피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관계 맺기가 어려운 학생에게는 우정을 형성하는 기술을 함께 연습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교사는 모둠을 모두 자유롭게 정하게 하기보다 활동 목적에 따라 짝이나 소집단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긴 시간 협력하게 하기보다 짧고 분명한 공동 과제를 제공하면 학생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 수업에서 두 학생이 같은 관찰 대상을 보고 각자 발견한 점을 하나씩 적은 뒤 비교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친해져 보라"는 지시보다 함께 이야기할 내용과 차례가 분명해집니다. 이 예시는 관계 형성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수업 제안입니다.
학생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비공식 대화 시간과 생각한 뒤 짝과 나누는 활동 등을 또래 연결을 돕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생이 서로를 알 기회를 수업안에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지목해 "이 친구와 잘 지내 줘"라고 말하는 방식은 당사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원하는 도움을 조용히 확인하고, 학급 전체에 자연스러운 만남과 협력의 기회를 마련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정 친구에게 돌봄 책임을 계속 맡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가가는 학생만 연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누군가 참여를 요청했을 때 가능한 역할을 안내하고, 함께하기 어렵다면 조롱하지 않고 분명하게 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관계를 시작하고 받아들이는 양쪽의 경험을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불편한 장난을 거절하거나 안전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말도 필요합니다.
"그 별명은 싫어. 내 이름으로 불러 줘."
"그 부탁은 하기 어려워."
"그만해 달라고 했는데 계속돼서 선생님 도움이 필요해요."
반복적인 조롱과 배제, 위협이 있다면 이를 단순히 친구 사귀기가 서툰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됩니다. 학생에게 표현을 더 잘해 보라고 요구하기 전에 어른이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과 참여를 지원해야 합니다.
관계의 어려움이 오래 이어지거나 등교와 수업 참여에 큰 부담이 된다면 담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 등이 함께 도움의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이 원하지 않는 관계를 강요하기보다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 관계를 배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인사를 건네는 것이 큰 시도인 학생도 있고, 대화는 잘하지만 자신의 불편함을 말하기 어려운 학생도 있습니다. 학생이 어느 지점에서 도움이 필요한지에 따라 연습도 달라져야 합니다.
사회정서 학습으로 길러야 할 것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기술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함께할 방법을 찾고, 필요할 때는 거절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힘입니다.
오늘 친구에게 짧게 질문했다면 그 시도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답을 기다렸다면 그 과정도 의미가 있습니다. 교실이 이런 작은 행동을 연습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때, 학생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자신에게 맞는 관계의 방식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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